나는 대학에서 국어를 전공하고, 홍보 마케팅 영역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잡지를 만들고 취재를 하고 가끔씩 단행본 작업도 도왔던것 같다. 회사에서 나의 영역은 미미하였으나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긴장된 마음으로 대부분의 잡무들을 처리해나가곤 했다. 그 시절에 디자이너 언니의 어깨넘어로 포토샵도 배웠다(이렇게 배운걸 나중에 써먹을 날이 올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온라인 마케팅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에 직원이라고는 달랑 3명, 그것도 사장을 포함해서 3명이었다. 주요 업무는 네이버 블로그 마케팅과 병원 잡지 발간이었다. 여러 병원을 과별로 잡지에 넣어서 홍보를 할거라는 전략이었던 것 같고, 이후에는 홈페이지 제작과 블로그 마케팅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후에 직원을 더 많이 채용했지만 회사는 빠릿빠릿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그 즈음에 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던 병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홍보실을 만들계획인데 와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더 이상 성장을 멈춘 회사를 박차고 과감하게 병원 홍보실로 자리를 옯겼다.
이때가 내 나이 스물네살 즈음에 생긴 일이다. 빠른시간에 여러 직장을 옮겨다니면서 내가 배운것은 작은 일이라도 배워놓으면 언젠가는 쓸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병원 홍보실에서 뼈빠지게 3년을 일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일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가 백일이 지날무렵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이 다니고 있는 병원 블로그 관리를 해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출근은 안해도 되고 병원 블로그에 하루에 글을 1개씩만 써주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육아를 하는 몇달동안 심신이 매우 지쳐있었기 때문에 과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고민을 해보겠다고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본 다음, 얼마뒤 병원으로 미팅을 하러 갔다. 병원 블로그에 글을 쓸 내용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과 급여조건을 조정하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 블로그 관리를 맡아서 받은 비용은 월50만원 이었다.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이게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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